518.5km 전 구간이 이어질 그날을 기다리며
경의선 복선전철이 7월 1일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2000년 1월 착공한 경의선 전철은 9년반 만에 문산역에서 서울 상암DMC역 사이 40.6km 구간이 먼저 개통됐다. DMC역에서 용산역까지 8km는 2012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518.5km)은 1906년 4월 3일 처음 개통됐다. 남북이 분단된 1945년 서울에서 개성까지 74.8km 구간으로 단축 운행하던 경의선 열차는 1950년 6․25전쟁으로 그마저 끊겼다. 이듬해 1951년 6월 12일 서울역과 문산역 사이 46km 구간이 다시 개통됐다. 1953년 7월 27일 휴전과 함께 문산역은 경의선 ‘종착역’으로 지정되었다. 전쟁으로 끊겼던 경의선 중 문산역에서 임진강 사이 6km 구간을 연장해 2001년 9월 30일 열차 운행을 재개시켰다. 1951년 이후 운행한 경의선 열차는 역마다 정차하는 완행이었다. 그 사이 비둘기호, 통일호, 통근열차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번 전철 개통으로 경의선 ‘완행열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과 문산(임진각) 사이를 오간 지 59년만이다.
부웅~
2009년 6월 30일 밤 9시55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2038 통근열차가 기적 소리와 함께 천천히 움직였다. 객차 5량을 연결한 열차의 목적지는 서울역. 문산, 파주, 일산 등 경기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서민과 군인들, 그리고 실향민들의 애환을 실어나른 경의선 완행열차의 마지막 운행이다. 전철이라는 세월에 밀린 열차는 역사 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자리에 기자도 동승했다.
경의선 마지막 완행열차의 기관사는 이영수(34)씨. 경의선 구간에서 모두 5개월간 열차를 운행한 그는 “이 열차가 경의선 마지막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진강역을 출발한 이 열차 다음에 밤 10시 35분 문산역을 출발해 서울역으로 향하는 열차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또 전철이 개통된 후에도 임진강역과 문산역 구간에는 통근열차가 계속 달린다. 하지만 518.5km 경의선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완행열차는 이 열차가 ‘마지막’이다.
디젤 엔진을 단 통근열차(CDC, Commuter Diesel Car)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적을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는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기관사에게 특별히 기적 소리를 부탁했다. 이영수 기관사는 싫지 않은 듯 ‘부~웅~’ 기적 소리를 길게 울리며 ‘마지막’ 운행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이 운행을 마치면 경의선을 떠나 전북 익산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익산을 중심으로 무궁화호 등 운행을 맡게 된다.
현재 디젤 기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영수 기관사는 “언젠가 경의선 전 구간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함께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추억 속으로 달린 열차에는 젊은 손님 두 명도 함께 탔다. 철도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형씨와 철도 매니어 김재현(20)씨.
“아버지도 현재 전철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전한 이준형씨는 이날 경의선 마지막 완행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현장실습을 마치자 마자 곧장 서울역으로 달려와 오후 5시50분 임진강역으로 오는 열차를 탔다. 그 열차 안에서 기자와 처음 만났다. 그는 장래 희망이 ‘철도 역사를 제대로 아는 기관사’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지망하는 김재현씨의 철도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전날밤 부산 부전역을 출발한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이날 낮 다시 열차를 타고 춘천을 다녀왔다고 한다. 서울에 도착한 그는 마지막 시운전을 한 경의선 전철에 편승해 문산 방향으로 온 후 통근열차로 바꿔 타고 임진강역으로 달려왔다. 그가 살짝 보여준 노트에는 전국에 있는 역 스탬프가 가득했다.
마지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임진강역 플랫폼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열차가 움직일 때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다. 50줄을 바라보는 기자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옆에서 시샘하며 지켜봤다.
밤 11시 13분. 경의선 마지막 통근열차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를 기다린 사람이 있었다. 객차마다 붙어있는 ‘임진강→서울’ 표시판을 수거하러 온 야간근무자였다. 열차 양쪽의 표시판 다 떼낸 그는 어느새 사라졌다.
“이 열차는 이제 어디로 가지”
“용산역에서 밤을 새운 후 아마 내일 다시 문산역으로 가겠죠”
철도대학생인 김재현씨가 재빨리 대답했다. 이 열차는 7월 1일 이후에도 문산역에서 임진강역 사이를 계속 달린다고 한다. 518.5km 경의선이 다시 이어질 그 날을 기다리며…
글․사진/노태운 기자 nohtu@joongang.co.kr
2009.07.02 [워크홀릭]